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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로컴 상식의법

세계 155위 법원이 세계 3위 의료와 교육을 심판하다

현재 입학정원은 3000명 정도, 증원되면 5000명. 무려 60%가 는다. 그렇게 5년간 늘면, 원래보다 만명이 추가되는 셈.

그런데 한국 의료가 강한 이유는 의학교육 때문. 최고로 우수한 학생이 양질의 교수에게 교육 받고, 실습과 전공의 과정에서 가장 강도 있는 훈련을 받는다. 교육과 훈련의 모든 요건이 갖추어진 셈. 여기에 월등하게 양호한 설비와 인력을 갖춘 대학병원에서 교육과 훈련이 마무리된다.

역시 의사 중에서 가장 탁월한 의사들이 나름대로 교육열을 지니고 교수로서 가르친다. 최근만 아니라 옛날부터 대학병원 교수 월급이 개업의보다 적었지만 여전히 교수를 선호한 결과. 단순히 사회적 명예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교육과 임상 그리고 소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

의사와 비견할 만한 전문직을 꼽으라면 변호사 정도. 변호사 역시 법전이 생기면서 변협에 등록한 숫자는 현재 4만 3천 여명에 이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법전 3년을 마친 후 변호사 자격 시험을 치루면 끝.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교육시설. 법률 전문가 교육은 강의실에서만 이뤄진다. 대학병원과 같은 시설이 불필요하다. 그 결과 대한민국 의사만큼 대한민국 변호사가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못 받는 실정이다.

엔지니어 교육도 시설이 필요하지만 의사 교육만큼은 아니다. 아니 비교대상이 못된다. 그럼에도 공대마저도 쉽게 증설하지 못한다.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막상 공과대학을 골고루 갖춘 대학이 적었던 이유다.

이쯤에서 서남의대를 떠 올릴 필요가 있다. 전북 남원에 1990년대 설립된 서남대학은 자체 부속병원 없이 협력병원에서 위탁교육을 실시한다고 계획하였다가 폐쇄되었다. 중간에 학교가 사라지자 의대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이웃 원광의대와 전북의대에서 공부를 마쳤다. 그들에게 서남의대라는 주홍글씨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는 고백의 소리가 아직까지 들린다.

당시에도 정부, 즉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공공의료를 내세우며 대안으로 제시하였지만, 서남의대는 사라졌을 뿐 공공의대로 대체되지 못하였다. 교수진의 구성이나 부속병원은 마련되지 못한 채, 학생들만 피해자로 남았다. 결국 학생이 희생자인 셈.

신기하게도 의사나 의대생 및 전공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입학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언론도 반대 목소리를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하는 의료계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만 쏟아낸다. 의료인 내지 전문가의 이기주의로 매도한다.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증원으로 인한 피해자는 우선 국민들이다. 당장 의료불안은 물론, 대한민국 의료생태계가 무너진다. 병원도 문닫고, 의사나 간호사 그리고 테크니션과 사무직원도 일자리를 잃는다. 병원 주변의 약국과 상점도 문을 닫는다. 그야말로 민생이다. 장기적으로 국민은 저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의사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맡겨야 되는 신세가 되는 셈.

가장 대표적인 유사 사례는 중국에 존재했던 ‘맨발의 의사’. 중학 졸업 후 3~6개월 교육으로 양성된 의사였다. 한 때나마 세계보건기구가 일차보건의료로서 맨발의 의사 제도를 극찬하였다.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맨발의 의사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중국 의료는 여전히 질적인 문제로 고통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맨발의 의사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문직이란 쉽게 양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 맨발의 의사가 공공의료의 기본 개념이라면 너무나 위험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람 잡는 의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시대에서 가장 큰 타격과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분야 중 하나가 의학. 무엇보다도 의사들 중 실직하는 사람이 상당수가 될 듯. 필자의 회사는 아동 심장병과 여성 유방암에 대한 메디컬AI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 없이도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를 갖고 진단, 처방 및 진료반응의 역량을 갖춘 인공지능을 위의 2개 분야에서 개발 중.

만약 성공하면 소아과나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 방사선과 의사들 상당수가 불필요하거나 다른 세부 전공으로 전과하여야 한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의학 발전에 인공지능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매디컬AI는 우리 회사만 메달리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 열기가 뜨겁다.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2000명 증원은 서남의대에서부터 인공지능까지를 모두 고려한 결정일까. 설사 증원이 불가피하더라도 과연 준비는 충분했을까. 아님 숫자를 파격적으로 줄이면서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어쩜 총선 끝나면 아예 백지화시킬 작정으로 발표한 파격과 전격은 아닐까. 총선 후인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는 편이 마땅하다. 정부는 일단 철회하고 의사들은 무조건 복귀하며, 더불어 같이 고민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런데 법원이 판결했다. 의대증원은 공익을 이유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 세계 155위 신뢰도의 법원이 세계 3위의 의료와 교육에 대해 심판한 것. 글로벌 싱크탱크 영국 레가툼의 번영 지수에 터잡은 순위. 법원이 무엇이 공익인지 개념없이 의료와 교육의 운명을 정한 셈. 새가슴의 판사에게 과연 그러한 용기가 있었을까.


필자 양필승: 미국 UCLA 중국사 박사, 전 건국대학 교수, 현재 인공지능회사 메일랩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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